신용기반 현대 사회시스템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시스템도 모두 신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즉, 금융이 아닌 모든 사회 시스템이 신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과 직원의 관계도 신용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직장과 직원은 서로 신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두 관계의 신뢰를 보증하는 매우 복잡한 법적, 제도적 규제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회 신용 시스템 유지를 위한 오버헤드입니다. 이 오버헤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이용됩니다. 개목걸이 (회사 신분증) 이나, 회사 관리 시스템 등이 개발되고 사용됩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것이, 채용 과정에서 신용 비용을 줄여준 것이 링크드인입니다. 덕분에, 그동안 직원 후보들을 찾고, 검증하는 오버헤드의 역할을 담당했던 헤드헌터라는 직군이 위기를 맞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헤드헌터라는 직군은 기존 인사팀이라는 오버헤드를 줄이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결국, 신뢰하지 않는 대상 간의 신용을 보증해주는 모든 행위는 오버헤드입니다. 그리고, 모든 시스템은 오버헤드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런 현대 사회의 오버헤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이 블럭체인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블럭체인 신용 보증 시스템

신용을 기반으로 세워진 현대 경제 사회 시스템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과 같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신용을 보증하기 위한 오버헤드가 점점 더 무거워진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몰고 온 대표적인 재앙이 2008년 금융위기였다고 볼 수 있구요.

그런데, 비트코인에 사용된 블럭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거의) 제로 비용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회적 신용 보증이 가능해집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예를 들어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대표적 사회적 계약이 결혼입니다.


지금까지는 두 사람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보증하기 위해, 일가 친척 친지를 모아 놓고 결혼 서약을 합니다. 그리고, 다시 구청에서 법적으로 결혼했다는 사실을 등록 해야합니다.

자, 이제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결혼했다는 사실과 이 결혼 계약 조건을 블록체인으로 만들어 만천하에 공개하면 끝입니다. 외부인, 이를테면 신랑의 전 애인, 이 아무리 애를 써도, 이 계약 내용은 변조할 수 없습니다.

만약, 블럭체인으로 결혼을 보증하는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그동안 구청이 수행한 결혼 등록 업무는 사라집니다. 그 날이 오면, 여러분은 너무나 당연해서,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구청의 결혼 등록 업무가 오버헤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결혼은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우리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 이런 신용 보증 오버헤드가 얼마나 폭넓게 뿌리내리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만약, 이런 사회적 신용 오버헤드가 블럭체인으로 교체된다고 상상해보세요. 이게 바로 블럭체인 혁명의 실체인 것입니다.

블럭체인의 가능성에 주목한 인물이 비탈릭 부테린이었습니다.

그는 원래 비트코인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당시 주변 동료들이 비트코인의 화폐적 측면에만 관심을 보이자, 독립하여 이더리움 플랫폼을 창조합니다. 그가 만든 이더리움 플랫폼은 일종의 “언어”입니다. 우리는 그가 만든 언어 (이더리움 플랫폼)을 이용해, 원천적으로 신뢰성을 확보한 계약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 플랫폼을 사용하는 비용을 지불하기위해 만들어진 통화가 바로 이더리움입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채굴할 수 있고,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탈릭 부테린이나 그가 이끄는 이더리움 재단은 이더리움 언어로 어떤 계약을 만들지 관심도 없고, 컨트롤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더리움을 이용하여, 결혼 계약서 같은 사회적 계약, 심지어, 게임도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크립토 캣”이라는 게임은 아마도 이더리움 최초의 의미있는 앱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더리움은 다른 코인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이 없었다면, 지금은 시들해 졌지만, 21년과 같은 ICO 열풍은 없었을 것입니다.

ICO의 열풍

과연 이 ICO열풍은 왜 일어난 것일까요?

ICO 열풍이 불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을 채굴은 사실 소인수분해를 푸는 작업입니다. 아주 긴 숫자를 두 수의 곱으로 표현할 수 있는 두 소인수 쌍을 먼저 찾아내는 노드에 비트코인을 상으로 주는 것입니다.이에 비례하여 필요한 계산량도 증 그런데, 풀어야하는 숫자가 점점 길어지게 되며, 가합니다.

초창기에는 개인용 PC로도 채굴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마이닝을 위한 전용 공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비트코인 채굴에 필요한 컴퓨터 계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경제적으로 채굴이 무의미해지게 됩니다. 결국, 채굴한 비트코인 가치보다, 채굴에 소요되는 비용 (전기세 + 장비 구입비)이 더 커지면, 사람들은 더 이상 비트코인 채굴을 하지 않게 되겠죠.

사실, 이미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채굴업자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장소를 전기세가 저렴한 국가나 추운 곳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컴퓨터 열을 식히는데 막대한 비용이 소모됩니다) 하지만, 미봉책일 뿐, 비트코인 알고리즘은 자동적으로 더 큰 계산량을 요구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엄청난 비용을 땡겨서 비트코인 마이닝 공장을 차린 채굴업자들은 암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더리움으로 갈아탈 수 있지만, 결국 비트코인과 같은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한때 한국에서 마이닝 장비에 투자하라는 비트코인 다단계가 등장한 이유입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채굴업자들에게 빛을 내려준 것이 ICO입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발행 알고리즘은 공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새로운 가상 화폐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채굴업자들은 신생 가상화폐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대박을 꿈꾸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ICO 열풍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사실 우리는 그 답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음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