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시스템, 좀 더 구체적으로 금융 시스템이 “신용”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신용=크레딧”은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우리 사회는 신용으로 만들어졌지만, 이 “신용”을 보증하기 위해, 엄청난 댓가 즉 다시 말해 오버헤드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신용거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당신은 믿을 만한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지인은 이자와 함께, 언제까지 돌려주겠다고 약속했고, 이 지인의 신뢰도를 잘아는 여러분은 흔쾌히 돈을 빌려줍니다. 시간이 흘러, 약속한 기한이 되자, 지인은 돈을 돌려줍니다. 이렇게 해서 이 거래는 해피엔딩으로 소멸됩니다.
자, 이 거래를 좀 더 깊이있게 들여다 보겠습니다.
구두로 형성된 거래가 가능했던 이유는 당신이 지인을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즉, 당신이 평소 이 지인의 평소 행동과 평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를 믿고 돈을 빌려준 것입니다.
신용 기반의 금융거래
이것이 돈이 오고 가는 금융 거래의 뼈대입니다. 다른 점은, 현대 금융 거래에서는 돈을 주고 받는 당사자들간에 신뢰 (신용) 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금융 거래의 신뢰를 보장하기 위한 “물리적 장치”들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탄생한 곳이 “은행”입니다.
전통적인 은행은 돈을 가진자와 돈을 빌리는 자 사이에서 이 거래의 신뢰도를 시스템적으로 보증해주고, 그 댓가를 받게됩니다. 그것의 다른 표현이 우리가 알고 있는 예대 마진입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돈을 빌리는 자를 믿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돈을 빌리려는 자의 신용을 보증하는 다양한 방법을 도입합니다. 주민등록증 (본인 확인), 인감도장, 신용도 체크, 과거 거래 내역, 그리고 현재는 공식적으로 폐지된 연대보증까지 요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물리적으로 신용에 대한 안전장치를 적용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앞서 언급한 오버헤드 비용이 소요된다는 사실입니다. 세월이 흘러, 통화는 팽창하고, 금융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이 물리적 신용 시스템 비용이 점점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금융산업이 공룡이 되면서, 사용자들의 상위에 군림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현대 금융 시스템의 신용 위기
문제는 정보화 홍수 시대의 부작용으로 개미들은 더 이상 금융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공룡이 되버린 은행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개미들에 빨대를 꼽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2008년 금융 위기는 금융기관들에 대한 개미들의 인식을 결정적으로 바꾸었습니다. 이제, 금융기관들이 아무리 광고를 때려도 개미들은 믿지 않습니다.
결국, 현대 금융업의 구조적 위기도 신뢰의 문제, 즉, 개미들의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 감소, 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공룡이 되버린 금융기관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오버헤드를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자동화를 도입하고, 지점을 통폐합하고, (한때 잘나갔던) 은행원이나 애널리스트들을 감원하는 상황이 바로 생존을 위한 발버둥인 것입니다.
이런 배경에 90년대 부터 프라이빗 에퀴이티(PE)와 헤지펀드가 탄생하게 됩니다. 1인의 펀드매니져가 수백만불에서 수억불의 펀드 상품을 운용합니다. 이들 펀드매니저는 수익에 비례해 보수를 받기 때문에, 심지어 수억불의 연봉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도 고객들은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죠. 왜냐하면, 모든 책임이 1인에 돌아가기 때문에, 오버헤드가 현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용 오버헤드를 줄이는 분산형 금융도 한계가 드러납니다. 극도의 수익을 창출하는데에 집중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입니다. 결국, 2008년 금융위기는 신용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준 극명한 사건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시점에 블록체인이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블록체인의 등장
비트코인에 최초로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거래 정보를 오픈된 공간에 뿌려버립니다. 이 정보를 왜곡변조하려면, 공간상에 뿌려져 있는 블럭체인의 51%를 변조해야하는데, 이런 일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화폐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장치입니다.
블럭체인의 신용 보증 기능은 2단계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발행, 즉 마이밍 프로세스입니다. 퍼즐을 먼저 푸는 노드에 상으로 비트코인을 허락하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과거 (와 현재) 국가가 보증하는 종이돈 (신용화폐) 발행 프로세스를 대체합니다.
자, 어떤가요?
우리는 방금 한국은행과 조폐공사가 신용 시스템 유지를 위한 오버 헤드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거래 프로세스입니다. 새롭게 발생하는 거래 정보를 변조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집어넣으므로써, 기존의 자본 이동 (구매, 대출, 투자, 등등) 에 해당하는 거의 모든 기능들을 대체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 이제 우리는 은행, 거래소, 보증기관 등이 신용 시스템 유지를 위한 오버 헤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신용 보증 기술이 등장한 것이 2008년 금융 위기와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자, 이제 사고의 폭을 넓혀서 금융권 밖에 세상,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