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오래된 스토리가 되었지만, 태어난지 10년도 넘은 비트코인에 대해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비트코인과의 첫만남
제가 처음 비트코인을 접한 것은 2014년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0불에 가깝던 비트코인은 수직 상승하면서, 무려 1200불을 돌파하면서 수직상승을 하였고, 이후 무려 80% 에 가까운 하락을 보여주면서, 비트코인의 무서운 움직임을 보여줄 때였습니다.
처음 비트코인을 접할때 비트코인의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에 주목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름에 주목합니다. 나카모토 사토시 (中本哲史: 내면의 본질)이라는 이름이 비트코인 창시자의 이름으로 너무나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자신이 어떤 일을 할지 미리 알고 이름을 지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나카모토 사토시는 가상의 인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주목한 것은 비트코인의 “창조 목적”, 즉 “왜 비트코인을 만들었는가?” 였습니다.
비트코인은 경제 위기 이후 널리 퍼진 FRB 음모설, “FRB가 달러를 통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음모론에 기반을 둡니다. 사카모토의 주장에 따르면, 발행 수량이 정해진 비트코인은 한계없이 찍어내는 신용화폐와 비교하여, 상대적 가치가 계속 상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달러를 포함한 모든 신용화폐들이 0의 가치에 수렴하면서, FRB 시스템이 붕괴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만약, 이 음모론이 맞다면, 악의 축인 FRB는 비트코인이 세력을 키워 달러를 위협하기 전에 미리 싹을 자르려 할 것입니다.
과연, 그 당시 FRB는 비트코인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렸을까요?
여기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FRB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통화간 거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립니다. 쉽게 말하면, 비트코인을 게임 머니나 도토리처럼 취급하는 것입니다. 이런 FRB의 태도는 비트코인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트코인에 대한 제약을 없앰으로써, 더욱 활성화 시키는 의도를 품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FRB의 입장 정리 이후, 본격적인 비트코인 붐이 시작되면서, 현재까지 이르게 됩니다. 마침 이때 FBI도 FRB와 유사하게 비트코인 거래를 추적할 필요가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시점이기도 합니다.
그 당시 생각했던 장기적 전망입니다.
당시 비트코인은 미래의 통화가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현재 달러가 차지하고 있는 기축 통화 자리를 비트코인이 차지한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는 신용화폐입니다. 신용화폐는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는 종이 조각일 뿐입니다. 이 종이에 국가가 지급 보증을 하는 순간, 종이가 돈으로 변신합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신용화폐가 국가의 탄생과 시기적으로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그 시점은 바로 영국의 입헌군주제와 영란은행의 탄생 시점을 의미합니다. 영란은행의 탄생 이후 지금까지, 국가 대 국영은행의 공생 관계는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초 2백년간 영국이 주도한 파운드 경제는 1차 및 2차 대전을 거치면서, 미국과 달러로 옮겨졌을 뿐이지요.
하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합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교통과 통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국가라는 존재가 거추장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마치 동사무소와 구청의 구분과 존재 의미가 점차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FTA나 TPP와 같은 국가간 조약들은 무역, 문화, 사회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이런 세계화 전략은 이런 사회 진화를 반영하는 초국가 전략인 것입니다. 국가의 존재가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국가가 보증하는 신용 화폐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현재의 국가간 외환 거래는 국가의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고, 환투기 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한편, 통신과 IT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이미 물리적 화폐 (종이돈, 동전) 를 불편해하고 있으며, 이런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 될 것입니다. 결국, 국가간 장벽이 무의미해지는 시기가 오면, 새로운 형태의 화폐가 필요합니다. 이 새로운 화폐는 전자 상거래와 전자 금융에 필요한 슈퍼 유동성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마치 핏줄 속의 혈액과 같은 형태의 화폐가 필요한 것이죠.
어쩌면 당시 저는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미래 통화가 될 것으로 전망했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FRB는 새로운 시대에도 여전히 금융 헤게머니를 놓지지 않게됩니다. 여담이지만, 새로운 금융 체계는 권력이 다수를 통치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인터넷을 이용한 슈퍼 유동 화폐 거래 내역은 유리알처럼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시기입니다. 즉, 비트코인이 달러를 완전히 대체하는 시기가 언제 도래할지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그 사이에도 비트코인이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전망합니다.
지금부터 비트코인의 중기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60년대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은 달러의 가치를 금으로부터 디커플링 시킵니다. 그리고, 1970년 석유 파동을 일으키면서, 달러 가치를 석유에 연동시킵니다. 하지만, 통화 발행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석유만으로는 달러의 가치를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달러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석유이외의 광물들을 달러 가격유지 시스템에 편입시킵니다. 여기에는 구리, 은 등이 포함됩니다. 금을 포함하여 광물 가격이 모두 시티 오브 런던에서 결정된다는 황당한 제도가 탄생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 상황이 변화합니다.
미국이 아프칸-이라크 전쟁이 치르면서, 엄청난 양의 달러를 발행합니다. 이렇게 과잉 발행한 달러 가격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원기반의 달러 유지 시스템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 필연적으로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2008년 금융 위기는 화폐 발행량을 실물경제가 받쳐 주지 못한데서 오는 시스템 불균형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시점이 비트코인의 탄생과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비트코인은 commodity, 즉 상품 화폐로 분류됩니다. 상품화폐는 금화, 은화 처럼, 코인 자체가 가치를 보유하는 화폐입니다. 저는 가상화폐가 달러로 대표되는 신용화폐를 완전히 대체하기 전까지는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는 자원 시스템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한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가상화폐가 달러의 가치를 유지시키는데 이용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입니다.
다음편에 계속